전체 글84 연인이라는 건.(유호진 PD의 글) 연애를 시작하면 한 여자의 취향과 지식, 그리고 많은 것이 함께 온다. 그녀가 좋아하는 식당과 먹어본 적 없는 이국적인 요리. 처음듣는 유럽의 어느 여가수나 선댄스의 영화. 그런걸 나는 알게된다. 그녀는 달리기 거리를 재 주는 새로 나온 앱이나 히키코모리 고교생에 관한 만화책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녀는 화분을 기를지도 모르고, 간단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 먹는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보았거나 혹은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의외로 송어를 낚는 법을 알고 있을수도 있다. 대학때 롯데리아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까닭에 프렌치후라이를 어떻게 튀기는지 알고 있을수도 있다. 그녀는 가족이 있다. 그녀의 직장에, 학교에는 내가 모르는 동료와 친구들이 있다. 나라면 만날 수 없었을, 혹은 애.. 2021. 10. 31. 넌 어디에. 계절이 바뀌는 공기에 따라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난 그때 거기에 있다. 한 때 우스게 소리로 크게 떠들며 말했던 때가 있었다. “그 앤 나랑 맞지 않아 먼저 떠나준다면 좋겠어.” 실제로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알았다 내가 왜 그런 말을 떠들고 다녔는지. 그 애가 나를 떠날 일은 결코 없을 거라는 근거없는 안심때문에 절대 당연하지 않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귀찮음으로 치부하며 바보같은 말을 해댄것이다. 물론 그 일이 없었더라면 지금 내 모든 생각이나 관점이 바뀌는 일 따위는 한참 뒤가 되었을지 모른다. 참 고마운 일이다. 많이 아팠지만 필연적인 일이였다. 다음 번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결코 게으른 감정으로 사랑하지 않으리. 그런 내 다짐들이 무색하게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는 상대가 앞에 보인다. 역시 이것.. 2021. 10. 29. 멋지다 씨엘. 너무 멋져서 저장해두고 싶다. 자신감 있어 보이는 씨엘의 이면에도 자신을 잘 모르는 타인의 잣대에 의해 자존감이 바닥을 쳤을 때가 있었다니 슬쩍 놀랍기도 했다. 그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간 씨엘. “어울리지 않는 옷도 자신은 입어보는 사람이다.” 너무 멋지지 않은가? 결국 그 말은 그 옷이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지라도 그 옷을 입어보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주저 없이 스스로를 믿고 응원한다는 뜻일 거다. 말은 쉽게 ‘스스로를 사랑하자.’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는데 익숙지 않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회사에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아까운 몸과 마음을 갈아 넣고, 될 수 있는 한 끝까지 자신을 몰아붙인다. 나를 사랑한다면 다가오는 미래의 불안 속에서도 내 .. 2021. 10. 28. 엄마와 산책. 늘 일요일이면 이른 아침부터 맛있는 걸 잔뜩 만들어두고 산에 가던 엄마가 집에 있었다. “나중에 일어나면 엄마랑 절에 갔다가 코다리찜 먹으러 안갈래?” 막 잠에선 깬 나를 애교 섞인 목소리로 꼬신다. 엄마는 아빠에게 애교를 전혀 부리지 않았지만, 없는 애교도 자식들에겐 짜내어 부리곤 했다. “엄마 오늘은 왜 산에 안 갔어?” 부엌엔 어떤 음식도 하지 않아 빈 채였다. “오늘 너무 기운이 없어서 안갔어. 그래서 음식도 못했고.” 엄마가 가자고 하는 절은 집에서 한시간이 넘게 걸린다. 혼자 산에 가려다가 기운이 너무 없어 집 밖에 나갔다가 돌아왔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 그렇게 먼 절에 가자고 하다니 귀찮기도 했지만 걱정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다. 얼마전 백신을 맞아서 였는지, 다이어트 때문이었는지 약하게 대상.. 2021. 10. 25. 이전 1 ··· 3 4 5 6 7 8 9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