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친구가 한명 있는데 같이 이야기하면 너무 즐겁다. 그러니까 죽이 잘맞다. 어떤 타인과도 이렇게 죽이 잘 맞다고 느껴본 적이 없고 그 아이는 나의 일부 같다고도 늘 생각했다. 그러니 우리는 벌써 20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에 비해 활동적인 추억이 적었달까.
친구가 함께 바디프로필을 찍고 싶다고 작년부터 이야기했는데 올해는 꼭 해보자고 했다. 둘이 같이 바디프로필을 우정사진으로 찍고 싶다고 했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이네! 하면서 곧 20년이 다가 온다 했더니 그런데 같이 간 여행이 정말 오래 전에 간 경주여행이 끝이 였다며 둘다 이건 말이 안된다고 했다. 그렇게 막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친구가 이 정도면 온라인 친구 아니냐고 했다. 그 뒤를 이은 서로의 드립들이 얼마나 웃기던지. 참 좋았다.
이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꼭 목이 쉬어서 돌아온다. 한 달에 여러번 만나기도, 하고 몇 달에 한 번 만나기도 한다. 매일 문자를 할 때가 있고 그러다 어느 때에 서로 조금 쉬고 싶어 지면 몇 일을, 몇 주를, 몇 달을 말을 않고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이야기를 하면 마치 어제 대화를 한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다. 그냥 우리는 잘 맞다. 서로 남에게 잘 맞춰주는 성격이다 보니 서로에게 그렇게 행동하면서도 왈자지껄 난리가 난다. 아주 좋다. 행복하다. 이 아이를 떠올리면 아무렇지 않게 눈물이 나기도 하고 문자만 봐도 너무 즐거워서 혼자 있어도 킥킥대거나 조용한 곳에서도 풉 하고 터지기도 한다. 전에 사귀었던 애인들 모두 내가 가만히 폰을 보고 웃고 있으면 “그 친구야?”라고 물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내게 이 아이가 있어 참 다행이다. 이 아이가 내 친구여서 난 참 운이 좋다. 참 고마운 사람이다.
이번에는 꼭 함께 추억을 만드는 한해가 되려고 한다. 일단 뭐든 저질러야 할 수 있다. 바디프로필도 그렇고, 호캉스도 그렇고 눈 덮인 한라산도 그렇다.
분명히 마음이 모였으니 올 해는 함께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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